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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둘..셋.

슈퍼가는 길

눈까리 2011. 5. 5. 22:04
휴지가 떨어져 슈퍼로 향한다.

따뜻한 봄 밤.

경쟁하듯 나란히 조명을 밝히고 있는 빵집과 커피숖.

늘 가던 편의점을 오늘은 그냥 지나치는데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는 어디 놀러라도 다녀오는지 잘 차려입은 아가씨 둘이서

맥주 한 캔씩에 지친 몸을 의자에 푹 넣고 늘어져 있다.

늘 지나치기만 하는 여행책이 테마인 카페는 내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테이크아웃 3000원'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논 외장에 오늘도 실망하고,

드디어 도착한 슈퍼에선 잠시 눈이 마주친 아가씨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얼른 후드를 깊게 눌러 쓴다.


슈퍼 주인 아저씨는 거래처 사람인듯한 분과 슈퍼 앞 의자에서 흥정에 열심이고,

바나나를 보던 아주머니는 2900원이 세일이라는 문구에 비싸다고 툴툴대니

청년 종업원이 오늘이 그래도 마지막 세일이라며 유도를 해보지만

그 새 슈퍼 안으로 들어온 주인 아저씨가 '비싸면 안 사시면 되죠'라는 말 한 마디에 멋쩍어진듯 종업원과 아주머니는 서로 딴 곳을 쳐다 본다.


새로나온 파타마루가 눈에 띄어 하나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슈퍼가던 길에 보이던 아가씨들은 이제 집에 가려는 듯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고,

오늘도 대낮 같은 조명을 받고 있는 우리 집 앞 '악어 한 마리'는 여전히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일상.


슈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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